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사람이랑 대화할 일이 은근히 별로 없다.


커피 머신은 말이 없고, 냉장고는 윙- 소리만 낼 뿐이고.
하루 종일 내가 하는 말이라고는
“네~ 아아 한 잔이요~” “포장 도와드릴게요~” 정도?

 

그래서일까.
손님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예를 들면 이런 거.
“혼자 하시는 거예요? 우와… 힘드시겠어요.”
→ (정확히는 ‘우와’보다 ‘헐’에 가까움)


근데 이상하게 이 말 들으면… 좀 뿌듯함.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커피 진짜 맛있어요. 자주 오고 싶어요.”
→ 이건 그냥… 대놓고 좋아. 다시 말해줘도 됨. 환영임.

 

가끔은 이런 말도 있다.
“사장님… 왜 이렇게 조용하세요?”
→ 사실 말할 기회가 없었음. 내가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대화가 없었을 뿐,,,ㅎ

 

이렇게 짧은 말들 하나하나가,
웃기고 어이없고, 그러면서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물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고 끝나는 날도 있다.


그럴 땐 ‘아, 오늘도 사람 만났다’는 느낌이 그립기도 하다.


그렇다고 말 붙이기엔 나도 그만큼 낯가림이 있어서… 애매함 😇

 

그래도 오늘 어떤 손님이 “커피 마시니까 기분 좋아졌어요~”라고 말해줬을 때,
그 말 하나로 하루 기분이 20%는 회복됐던 것 같다.


카페 운영이란 게 그런 거구나 싶다.


매출이 전부는 아니지만, 말 한마디가 매출보다 오래 간다.

 

 

 

 

 

혼자 일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면
이상하게 말 한마디가 크게 들릴 때가 있더라고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말이 오래 남았나요?
댓글로 짧게라도 알려주시면, 저도 그 말 듣고 기분 좋아질 것 같아요 😊

사장이라고 늘 당당한 건 아니다.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누구보다 늦게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그게 곧 ‘단단함’이나 ‘완벽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매일 아침 7시,
텅 빈 매장에서 전등을 켜고
커피 머신 예열음을 듣는 순간,
나는 하루의 시작과 함께
작은 불안도 데워진다는 걸 안다.

 

오늘은 몇 명이 올까.

 

어제보다 나아질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가끔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날엔
괜히 내가 못난 것 같고,
하루 종일 사람 소리 없이 흘러간 날엔
조용한 가게가 꼭 내 마음 같기도 하다.

 

그래도 웃는다.
손님 앞에서는, 친구들 앞에서는,
“요즘은 그냥 그래~”라고 말하며
살짝 피곤한 웃음을 꺼낸다.

 

가끔은 그런 말로
내 하루를 감춰두고 싶은 날도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


지치고 불안해도, 사장이니까.

 

하지만 사실,
나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일 뿐이다.


퇴근길에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에그타르트 굽다 말고 멍해질 때도 있다.

 

볼피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순간에
별일 없던 하루가 갑자기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시 하루를 버틴다.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고,
익숙한 손님이 들어오면 살짝 웃으며 인사하고.


작은 반복들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지켜준다.

 

사장이라고 늘 당당할 수는 없지만
당당하려고 노력하는 날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그것도 나만의 단단함이 되겠지.

 

 

내가 나를 지키는 하루,
그 하루들이 쌓여
조금은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음악이 없는 가게는
조금 예쁜 창고 같아요.
혼자 운영하는 작은 테이크아웃 카페 Volpine에서는
하루 종일 음악이 흐릅니다.
손님보다 제가 더 자주 듣게 되니까,
제 플레이리스트는 결국 이 가게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평일 아침 / 주말 오전 — Java Jive, 오래된 그 감성으로

 

매일 아침 7시 30분,
볼피네 문을 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래부터 트는 거예요.

 

제가 고른 하루의 첫 곡은
The Ink Spots - Java Jive
1940년에 나온 오래된 재즈 곡인데,
그 낡고 부드러운 음질이
볼피네 아침 분위기랑 딱 맞아요.

 

커피머신이 데워지는 소리,
물 끓는 소리,
그리고 Java Jive의 “I love coffee, I love tea…”
가게 안이 아주 천천히 깨어나는 느낌이에요.

 

 

 

유튜브 뮤직은 이 곡을 기준으로
비슷한 무드의 음악을 자동으로 이어서 틀어줘요.


그래서 따로 선곡을 하지 않아도
‘볼피네의 아침 공기’처럼 플레이리스트가 흘러가요.

 

특히 주말 오전,
손님이 많지 않은 한적한 시간대에는
그 잔잔함이 하루 종일 이어지기도 해요.

 


🍽  점심 피크타임 — 10cm 느낌의 쨍한 리듬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갑자기 몰려요.


음악이 분위기를 끌어올려줘야 할 타이밍이죠.

 

이때는
10cm - 부동의 첫사랑
이런 밝고 리듬감 있는 노래를 틀어요.

 


딱 그 느낌이 있어요.
“지금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장이다(?)”라는 자기암시 BGM 같은 것.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요.

“이 바쁨 속에서도 나름 멋있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바로 주문이 3개 겹치면 그 생각은 사라짐.)

 

이 시간에는

  • 박자가 또렷한 인디 팝
  • 명랑하지만 살짝 감성 섞인 곡
    이런 무드가 잘 어울려요.
    손님도 즐겁고, 나도 덜 미쳐요.

 3시 ~ 저녁 — 유라, 그리고 비비의 감성

오후 3시쯤 되면 카페 분위기가 또 달라져요.


햇살이 사선으로 들어오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그럴 때 저는
가수 유라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요.


그 말투, 가사, 리듬.
정확히 말하면 “조용한데 뭔가 안 조용한 느낌”이라 너무 좋아요.

 

그리고 꼭 들어가는 곡,
비비 - PADO

뭔가 흐릿하고 몽글한 여운.


가게도, 저도, 조금씩 하루의 끝을 향해 가는 느낌이에요.

이 시간엔

  • 스티커 정리
  • 블로그 초안 쓰기
  • 가끔 멍...

그렇게 흐르다 보면
“오늘도 무사히 끝나가네” 하는 감정을

음악이 먼저 알려줘요.

 


💬 마무리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음악이 너무 좋아요”라고 해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솔직히 매출보다 기분이 더 좋아요.

 

Volpine은 아주 조용한 가게지만
그 안에 흐르는 음악들은
저의 리듬이고, 기분이고, 하루의 온도예요.

 

누군가 가게에서 듣고 저장해간 노래처럼,
오늘 이 기록도 누군가의 마음에 저장됐으면 좋겠어요.

 

 

 

 

Volpine Café Log
음악이 흘러서 하루가 흘러가는 카페.
오늘도 듣고, 일하고, 기록하는 중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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